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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수많은 점으로 피워낸 나무·꽃·들판

2022-05-17

- 따뜻한 감성의 작품 58점 소개 - 전시 오픈 전 완판… 스타성 입증 쌀알 같은 색점이 모여 잎이 무성한 나무를 완성한다. 점은 한몸인 듯 바람에 움직이며 사락사락 이파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이영지의 ‘눈물 나게 니가 보고 싶을 때’. 아트소향 제공 ‘나무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영지(사진)의 개인전 ‘속닥속닥’이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에서 다음 달 4일까지 열린다. 표제작 ‘눈물나게 니가 보고 싶을 때’를 포함해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58점은 지난 3일 전시 오픈 전에 모두 예약판매 됐다. ‘스타 작가’라는 명성답게 예약대기자 수가 작품 수의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미술시장 호황에 따른 반짝 인기가 아니다. “부산에서 잠시 쉬고 싶어서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할 정도로 15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했고, 미술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그다. 그림 속 등장하는 나무는 작가 이영지 자신이다. “점이 모여 선과 면이 되듯, 반복적이고 섬세한 점들이 모여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요. 가진 것도, 보여줄 것도 없는 저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거라는 바람에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새가 등장하고, 달 꽃 들판 등이 하나씩 그의 그림에 들어왔다. “새를 자세히 보면 표정이 없어요. 날갯짓 고갯짓에서 상상되는 이야기는 관객의 몫으로 남기려고요. 어느 할머니는 꽃바구니를 든 새를 보고 일찍 떠난 자식이 떠오르셨대요. 저도 제 그림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저마다 사는 방식과 세월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볼 수 있겠어요.”작가의 그림에서 하늘은 특히 더 아름답다. 서정적인 파스텔 톤으로 물들거나 꽃별이 피어난다. 아빠가 있는 하늘을 예쁘게 그려보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20대 시절 아빠에게 힘든 일을 털어놨더니 ‘시간이 해결해 줄 때가 있다. 그럴 땐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크게 쉬어봐’라고 하셨는데, 오래되지 않아 마지막 남기신 말이 됐어요. 한동안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그러다 아빠가 계신 하늘을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그림이지만 ‘노동집약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작업 방식은 편하지 않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한지를 여러 장 겹친 장지 위에 천연아교를 사용해 반수 처리를 하고, 이 작업을 통해 분채의 맑고 선명한 색감을 낸다. 오래된 한지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원하는 질감이 나올 때까지 밑색을 여러 번 덧칠하며 흐린 먹으로 무늬를 입히는 작업을 한다. “전통기법을 쓰려니 번거롭기도 하지만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좋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해요. 의식적으로 작품에 변화를 주겠단 생각은 안해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면 작업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제신문] ‘비밀의 화원’전(아트소향)

2021-08-30

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도 스포츠 영화 ‘당갈’, 세 작가가 ‘기억’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는 ‘비밀의 화원’전, 그리고 탈영병을 잡아들이는 군사경찰 D.P.(Deserter Pursuit)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소개한다.김민송, 밤을 거닐다, 91x91cm, 2021. 아트소향 제공★‘비밀의 화원’전(아트소향)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야생정원부터 무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푸른 바닷속까지….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과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기획전이다. 3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민송, 이지은, 임지민 작가가 참여한다.세 명의 작가들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중 김민송 작가는 여행하며 봤던 자연물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나무를 보면서 느꼈던 경이로움 등을 작품에 녹여낸다. 은은하게 발광하는 루피너스와 밤하늘의 별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신비로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이지은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현실적이고 재치 있는 작업물을 선보인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소년과 강아지가 함께 푸른 바닷속을 헤엄치는 ‘Big blue’. 120호 대형 캔버스에 작업한 것인데, 오묘하고 몽환적인 바다 색깔과 풍부한 공간감이 매력적이다. 임지민 작가 또한 일상의 순간을 화면에 담아낸다. 표정이 아닌 ‘손’으로 감정을 표현한 점은 흥미로운 부분. 손의 온기 촉감 움직임에서 불안 초조함 등 다양한 감정을 포착하는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코로나19로 외출이 꺼려진다면 ‘나만의 공간’에서 전시를 즐겨보자. 온라인 전시 플랫폼 ‘코리안 아티스트’에 접속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세 작가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전시 10월 2일까지. 

[부산일보] 연필로 그리고, 밤을 그리고, 양손으로 그리다

2021-11-03

아트소향 3인전 ‘언더 더 스킨’문정, 유재연, 윤상윤 작가 전시문정 '닮음 나란히놓기 vol.4'. 아트소향 제공연필로 그린 그림, 밤을 그린 그림, 양손으로 그린 그림.문정, 유재연, 윤상윤 작가 3인전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트소향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세 명의 작가들은 부산 첫 전시에서 연필 드로잉, 유화, 조각회화까지 다양한 작업을 보여준다.부산 출신 문정 작가의 연필 드로잉은 흑백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연필로 섬세하게 표현한 명암이 눈길을 끈다. 화면 속에 차근차근 흑백의 구조를 설치한 듯 보이는 이유는 작가가 설치를 공부한 영향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설치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입체보다 평면에서 자유를 찾았다는 작가는 종이 안에 연필로 설치를 하듯 기하학적 형태를 그려 넣었다. 시와 같은 문학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한다.유재연 'On the blinking hill'. 아트소향 제공유재연 작가는 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는 차분하지만 빛을 머금은 파란색으로 밤을 표현한다.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유 작가는 밤에 런던의 공원을 걸으며 느낌 감상을 풀어냈다. 하루의 끝이면서 시작이 되고,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밤이 작품에 드러난다. 특히 코로나로 런던이 록다운 되었던 경험도 작품에 반영됐다. 단절과 고립 속에서 받은 세상이 평면화되는 느낌이 그림 속에 드러난다. 또한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려서 이어 붙인 ‘피스(조각) 페인팅’ 작업도 같이 소개한다.윤상윤 'Stardust 2'.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아트소향 제공윤상윤 'Only Superstition'. 왼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아트소향 제공윤상윤 작가는 양손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오른손을 쓰도록 교육을 받은 자신의 경험이 작품에 드러난다. 오른손으로 그린 것은 미술교육을 받은 화가의 이성적인 그림이다. 그림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작품 아래쪽의 물은 마음속 깊은 곳 무의식의 세계이다. 중간 부분은 현재의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냈다. 그림 위쪽은 자신이 되고 싶은 초자아를 표현했다. 왼손으로 그린 그림은 자유롭고 본능적이다. 왼손잡이로 태어나도 훈련을 받지 않아 왼손 붓질은 거칠다. 색상을 쓰는 것도 오른손 작업보다 과감하다. 한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손으로 그린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